Zettelkasten x PARA

수집을 넘어 체득하여 가치를 만드는 지식 관리

📌개요

노트 정리를 꽤 만족스럽게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장소 관리와 배포 파이프라인을 점검하면서 Zettelkasten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마주하게 됐다.

Zettelkasten이 뭐지? 메모 정리 방법? 상향식 사고? PARA도 정리법인데 어떤 차이가 있지?

Info

Zettelkasten: 메모 상자 혹은 체텔카스텐/제텔카스텐은 연구와 공부를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식 관리와 더불어 메모 작성 기법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가마 할아범(보일러맨)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많은 문서함이 쌓여있는 이미지를 보고 이 캐릭터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속속들이 알고 굉장한 속도로 원하는 것을 찾아낸다. 사실 그 보관함은 도구에 불과할 뿐 그 모든 걸 이해하고 다루는 본체가 중요하겠지만.

PARA 체계를 통해 관심사에 따라 정리하는 게 현재 내가 필요로 하는 것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점점 노트의 양이 많아지면서 Area, Archive 영역이 점점 비대해졌다. 메모를 작성할 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남겼는지 다시 찾을 수 없다면 그냥 용량 차지하는 쓰레기를 모아둔 것과 같다. 그럴 바엔 인터넷 검색으로 남들이 잘 정리해둔 글을 찾는 게 빠를 것이다.

넘치는 데이터는 통제할 수 없고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적어도 내 의지로 작성한 건 내 입맛대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내용

쌓여가는 메모, 왜 활용하지 못할까?

나의 소중한 Resource 폴더가 지식의 무덤이 되고 있는 안타까움에 주요한 사고방식부터 비교적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 사소한 원인까지 다양하게 고민했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원인만 중요도 순서로 정리해봤다.

  1. 지식 수집이 소화되지 않고 병목이 발생하는 Resource 포화 상태
    • 계속해서 쏟아지는 지식을 그저 수집하기만 했던 기간의 Resource 영역은 너무나 정신 사나웠다. 부담이 됐고 빠르게 치워버리고 싶었다.
  2. 하향식 사고
    • 언제부턴가 시작하기 위해서 목표부터 정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속도 있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위한 방식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내가 백링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 문서의 백링크는 중요하다. 옵시디언은 기본적으로 문서의 위치가 바뀌어도 링크를 유지해준다. 하지만 난 그 기능을 믿지 못해서 처음부터 백링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 이건 대안이 많다. 자연어 쿼리로 문서 검색, 연관 문서 Rating을 제공하는 Smart Connections 같은 플러그인도 있다.

관심 포화, 지적 갈망

지식 수집이 소화되지 않는 문제. 이거 아주 크다. 욕심은 많아서 이것저것 담는데 그걸 소화하는가? 소화하지도 못하는 걸 다 담아서 스치듯 접하기만 한다고 내 것이 되는 게 아니다. 그저 지적 갈망일 뿐이다.

간단히 개발 관련 지식으로 예를 들어 보자.

요즘 메일 구독 서비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서버 부하 테스트 포스팅을 여러 건 읽었다고 치자.

1단계. 이건 그저 읽은 거다. 접한 것이다. 포스팅이 삭제되거나 새로운 정보로 최신 기사가 덮이면 기억조차 못한다.

2단계. 그걸 읽고 AI에게 질문하여 이해까지 했다. 이건 이해만 한 것이고 오히려 더 위험하다.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순간 뇌는 리소스를 소모하면서 기억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며 다시 사용할 때까지 보류된다. 그 과정에서 잊혀진다.

3단계. 서버 부하 테스트에 필요한 세팅을 구성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적용해 한정된 환경에서 부하 테스트를 완료한 뒤 기록하는 과정을 거치고 트레이드오프와 더 현실적인 테스트 방식까지 고민해본다. 이건 내 것이다. 어떻게 뺏어갈 수 있나? 이미 내가 다 해봤는데.

뛰어난 환경에서의 경험과 재능까지 모두 놓고 1, 2단계로도 충분하다고 집요하게 따진다면 본인에게 효율적인 그 방식을 선택하기 바란다.

하지만 지금 간략한 예시로 관심 포화, 지적 갈망의 위험성은 충분히 설명된 것 같다.

하향식 사고에서 상향식 사고로 전환

절대 하향식 사고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이건 사람마다 성향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심지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본인의 성향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본인에게 잘 맞는 방식으로 지식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더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나로서는 목표부터 정하고 그 구조에 맞게 하향식으로 설계하는 건 반대의 경우보다 어렵다.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확실하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기 쉽다.

예를 들어 내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1. 우선 관심이 생기면 시작한다.
  2. 나의 한계에 부딪히며 더 나은 방식을 탐색하고 탐구한다.
  3. 지금 내 상황보다 나아진다면 만사형통이다.
  4. 목표를 계속해서 바꿀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의 요청에 의해 또는 스스로 하향식 사고로 설계한다면 다음과 같다.

  1. 목표를 정해야 한다. 그 목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2. 목표 실현 계획을 세우기 위해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3. 계속해서 더 나은 방식이 나를 유혹한다. 지식의 늪에 빠져 방향을 잡기 어렵다.
  4. 고민하는 동안 더 많은 해결책이 제시되고 아직 계획을 세우고 있다.
  5. 안정적인 계획 안에서 유연하게 플랜을 조정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프로세스를 나열해 보면서 하향식 구조는 역설적이게도 이미 체계가 잡힌 전문가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초보자에게만 유용한 양극단의 도구처럼 느껴졌다.

상향식은 “어?“에서 시작한다. 이게 뭐지? 왜? 좋은가? 사실 계획하지 않은 것들은 시간을 허비할 확률이 크다. 반대로 시도할 생각도 않다가 더 큰 수확이 생기기도 한다. 무계획도 계획이다.

Tip

[세컨드 브레인은 옵시디언 중에서]

삶에서 대부분의 지식 활동은 커리큘럼을 따르는 것처럼 하향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우연, 창발, 귀납이 큰 부분을 차지하죠. 코끼리를 볼 수 없어도 부분 부분 더듬어 가며 코끼리의 전체 생김새를 추측하듯 우리는 세상을 상향식으로 배우고 깨닫습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나에게 무엇이 남는가?” 그게 중요하다.

개개인의 열정은 무한하다. 언제든 다시 채워지고 얼마든 땡겨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번아웃’이란 단어 하나가 이 믿음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노력 없이 얻었지만 가장 귀하며 한정적 재화인 시간과 노력으로 얻어야 하지만 무한한 열정을 잘 조율해서 본인이 아름답게 사용하도록 하자.

완벽주의와 수집벽의 충돌

PARA 정리의 쾌감, Zettelkasten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부터 확장하는 재미.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지 못하는 이유는 과도한 디테일과 수집벽에 있다.

하나의 Masterpiece를 만들어서 링크로 연결하는 게 아니다. 아주 사소한 메모로 시작해서 링크가 이어지고 링크와 링크를 통해 완전해지는 것이다.

접하고, 더듬고, 상상하고, 이해하고, 실행하고, 기록하고, 체득하고, 떠올리고, 어지르며 내 것으로 만들자.

평생을 바쳐 ‘단 하나의 걸작’을 갈망했지만, 결국 완성된 그림이 아닌 치열했던 고뇌의 흔적이 예술로 남게 된 사례는 예술사에서 매우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낭만적인 테마로 꼽힌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아가자.

이제 무엇부터 시작할까?

생각보다 매우 간단하다.

  1. 날것의 생각을 담는 안전한 공간 마련
    • Draft, Sandbox, Moonshot 등 내가 마음껏 어지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 Draft - 과정의 유연함: 초안, 시안 등으로 언제든 다시 수정될 수 있는 의미로 사용된다.
      • Sandbox - 안전한 실험: 아이들이 노는 공간인 놀이터 바닥을 의미하며 놀다가 크게 다치지 않도록 마련된 푹신한 모래 바닥을 의미한다.
      • Moonshot - 확장된 가능성: ‘달을 향해 로켓을 쏘아 올린다’는 뜻으로 단순히 조금 더 나은 개선이 아니라 거대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하는 것
    • PARA 안에서 관리해도 되고 최상위에 생성하는 것도 좋다. 이걸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이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2. ‘나의 언어’로 요약하여 PARA에서 관리
    • 모국어와 외국어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내가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나의 언어’가 중요하다.
  3. Data view, Smart Connections 등 나의 문서를 DB로 활용하고 메모를 손쉽게 연결하자.

필터와 연결을 통해 끊임 없이 나의 메모가 나에게 신호를 줄 수 있도록 하자. 도서관이 아닌 생태계를 만들자.

🎯결론

지식 관리는 완성된 결과물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생각들이 서로 부딪히며 성장하는 생태계를 가꾸는 과정이다.

“이 메모가 나중에 나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 질문해 보자. 어디 내놓기도 부끄러운 생각이 모여서 계속해서 부끄러움을 유지한다면 성장하지 못한 결과고 그것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여야 잘못된 방향인 것도 알 수 있고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